거여동 시장에 지나는 길에 노점에서 나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가 이야기 한다. “송파가 잘사는 곳이라고? 나도 송파에 사는데? 아니여. 얼마나 힘들게 사는데.” 그러자 옆에 다른 할머니가 맞받아친다. “저쪽 동네 가면 집값이 억이랴. 우리 며느리가 어디라고 하던디.”
그러자 젊은 손님이 이야기 한다. “할머니 송파가 잘 사는 동네 맞아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부자동네예요. 공원도 많고. 얼마나 살기 좋은 데요.” 하자 다시 할머니가 이야기 한다.
“예끼, 공원은 무슨 공원. 난 살기 바빠서 공원이 어디 붙어 있는지 모르겄네. 사람들이 안가는 공원 만들어서 뭐혀. 시장이나 만들어 주지.”젊은 손님이 다시 이야기 한다. “할머니 공원이 얼마나 필요한 공간인데요.
아이들도 뛰어놀고 다 생각 있어서 만들어 놓은 거지요”고 말하자 할머니는 “내가 언제 공원이 나쁘데. 근데 사는데 공원이 전부가 아니고 나한테 공원은 뭣이 좋은 건지 모르겠어.”
송파에는 크고 작은 공원이 유독 많다. 몇 년 사이에 동네를 감싸고 놓여 있는 공원은 아침만 되면 주부들의 여유 공간이 된다. 전날에 먹었던 음식 칼로리를 소모시키는데 운동도 하고 못했던 자식이야기, 남편이기 등 대화도 이어간다. 맞다. 공원은 이렇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이 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한테는 한없이 사치스런 존재가 되기도 한다. 노점상의 할머니는 동네 공원에 대해 묻자 “집 앞에 공원이 있긴 한 것 같어. 근데 나랑 저 할머니, 저쪽에 저 할머니들은 그런 거 몰라. 갈일이 있어야 알지. 거기서 장사나 할 수 있음 모를까.”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한숨쉬며 이야기 할 때 항상 등장하는 것이 바로 가진 사람과 안 가진 사람들 이야기다. 가진 사람들은 가졌기 때문에 여유 속에 즐기고 안 가진 사람은 안 가졌기 때문에 여유 없어 즐길 수 가 없다. 현재 송파구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어느 동네는 땅값이 천정부지도 올라가고 어느 동네는 쌀이 없어 구에서 나오는 도시락을 한 없이 기다리고 있다. 송파는 잘사는 동네위에 가려진 빈민층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명품도시라는 슬로건 아래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는 문화공간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화 뒤에 숨겨진 삶의 어려움을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