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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2-05-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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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 젊은이들에게 한권의 책을

기사입력 2006-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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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 젊은이들에게


한권의 책을 보내자




한해가 저물어 간다. 나는 그동안 병영도서관 건립운동에 매진해왔다. 이 운동을 전개한 이래 꽃다운 두 죽음을 목도했다.




잊지 못할 기억 하나. 2002년 초여름, 포탄과 기관포가 빗발치던 서해교전에서 숨진 네 명의 젊은이들이 생각난다. 평택에 위치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전시된 참수리호는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갑판도 조타실도 한 마디로 벌집이었다.




포탄 구멍마다 칠해진 빨간 페인트, 그리고 그 구멍 앞에서 맑게 웃고 있는 우리 아들들의 영정사진. 스물 몇 살의 그들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조국의 영해를 지키기 위해,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던 그 갑판 위에서 그들은 자신의 젊음을 바쳤다.




참수리호의 비극을 가슴에 새기고 돌아온 그 날은 해군 제2함대에 병영도서관을 개관한 날이었다. 도서관 개관까지의 힘겨운 나날 끝에 맛봐야 할 작은 성취감이 그 날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력감이 들기까지 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병역을 기피하는 것에 대한 지탄의 크기만큼이나,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현실에 정부와 국민은 관심이라도 갖고는 있는 것일까? 정책관계자들의 무관심과 군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절망하며 무너지던 날들이 얼마였던가?  내내 마음이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작년 6월, 또 한번의 비극적인 죽음을 목도했다.




육지 속의 절해고도와도 같은 최전방 GP.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한 젊은이가 동료를 향해 소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졌다. 한순간의 비극적인 사건 앞에  여덟 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고 두 명의 젊은이가 부상을 입었다. 그 안타까운 죽음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사건의 발표를 들으며 우리들의 마음은 또한 얼마나 황망했던가.




시차를 달리하는 이 두 사건은 우리가 직시해야 할 두 가지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때문에 만약 전자의 의미를 강조한다면, 애국과 헌신이라는 거대가치에 함몰되어 자칫 그 역할을 수행하는 장병들의 실제적 현실에 소홀할 우려가 있다.




또한 후자의 현실에만 집착한다면 국방의 의무에 헌신하는 장병 집단의 신세대적 사고와 행동방식에 초점이 집중, 이러한 사건의 원인이 단지 그들의 문제로 치부되거나, 아니면 지휘 감독 및 관리 차원의 문제로만 본질을 국한해버릴 수 있다.




하지만 GP 총기사고는 믿고 안심하며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고 싶다는 부모들의 마음과 함께 문화적인 접근을 통한 병영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시킴으로써 정부도 병영도서관 및 병영문화 사업의 시급성을 절감케 한 계기가 됐다.




이제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보답을 하는 것이 국민으로서의 도리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마련된 제도를 한껏 활용, 무엇보다 지적으로 가장 왕성한 시기의 이들에게 책을 읽을 기회를 마련해주는 일이다. 




외롭게 꺾여간 안타까운 죽음들을 목도하며, 살아남은 우리의 과제로 남은 몫이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싶다.





민승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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